많은 사람들은 전반적인 가격 상승의 핵심 원인을 물가인상의 기대감으로 돌린다. 예를 들어 유가가 크게 오르면 사람들은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사람들은 현재 소비를 앞당기고, 이로 인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그리고 이것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촉발한다는 설명이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벤 버냉키(Ben Bernanke)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의심할 여지없이,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실제의 물가상승에 영향을 미치며, 그에 따라 따라서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을 달성할 수 있는 능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여러 충격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 수 있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그러한 충격이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완화될 수 있다.
이러한 견해를 가진 많은 평론가들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통해서, 인플레이션 기대를 일종의 균형 상태로 이끌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기대가 안정적으로 정착(anchored) 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일단 인플레이션 기대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면, 유가의 급격한 상승과 같은 다양한 충격들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간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밴 버냉키는 인플레이션을 박멸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기대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았다.
“… 최근의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기대의 상방 위험을 더욱 높였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악화되는 것을 강력히 저지할 것이다. 그러한 기대가 고정되지 못하고 불안정해진다면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경제성장에도 불안정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플레이션 기대를 확고하게 정착(안정) 시키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중앙은행 정책 당국의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한다고 여겨진다. 많은 평론가들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목표제와 정책 당국의 명확한 의사소통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다고 본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통화 공급
유가나 기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응하여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해 전 연준 의장 버냉키는 다음과 같이 보았다.
“… 에너지 가격의 일회성 변화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려면, 그것이 더 높은 기대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임금-물가의 악순환’을 초래해야 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플레이션을 통화 공급의 증가가 아니라 상품과 서비스 가격의 상승으로 정의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선 인플레이션적 통화 공급 증가가 없다면 흔히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르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은 발생할 수 없다.
화폐로 표시된 가격이란 상품 한 단위와 교환되는 화폐의 양이다. 따라서 상품의 수량이 일정하다고 할 때 화폐의 총량이 변하지 않는다면, 상품 한 단위당 사용되는 화폐의 양 역시 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유가 상승 때문에 사람들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였다고 해보자. 통화량이 변하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석유와 에너지 관련 상품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면 다른 상품과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은 줄어든다. 따라서 석유와 에너지 관련 상품의 가격은 상승하지만 다른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떠받치는 것은 통화 공급의 증가와 신용 팽창이지 인플레이션 기대가 아니다. 통화 팽창이 없다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어떠하든 전반적인 물가 상승은 일어나지 않는다.
더욱이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상품과 서비스 가격의 상승이라는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이 아니라, 그것이 전체 부 (wealth)의 창출 과정에 미치는 피해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적인 통화 공급 증가가 ‘아무것도 아닌 것’을 ‘무언가’와 교환하는 과정을 촉발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머레이 라스바드(Murray Rothbard)는 이렇게 말했다.
“인플레이션은… 새 돈을 먼저 받는 사람들에게 유리하고 뒤늦게 받는 사람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부를 재분배한다. 사실상 인플레이션은 누가 새 돈을 가장 먼저 손에 넣느냐를 두고 벌이는 경주이다.”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과 같은 어떤 경제학자들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인플레이션을 ‘예상’할 수 있다면 그것이 초래하는 피해는 매우 작다고 주장한다. 프리드먼에 따르면 문제는 예상하지 못한 인플레이션이며, 이는 자원의 잘못된 배분을 초래하고 경제를 약화시킨다.
프리드먼은 고정된 통화 증가율을 통해 전반적인 물가 상승률을 안정시킬 수 있다면 사람들이 그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조정할 것이라고 보았다. 결과적으로 프리드먼은 ‘기대된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른 예상 가능한 전반적 물가 상승은 해롭지 않으며 실질적인 효과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화 공급 증가율을 일정하게 고정한다고 해서 통화 공급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비록 일정한 비율이라 하더라도 통화 공급은 계속 증가한다. 이는 자원이 부를 창출하는 사람들로부터 부를 창출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전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정책은 자원의 잘못된 배분을 통해 오히려 더 큰 불안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통화 공급의 증가라고 정의한다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통화 공급의 증가를 억제하는 것이라는 결론의 도달한다. 통화 공급 증가를 억제하면 부를 창출하는 사람들의 빈곤화 역시 저지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경제를 회생시킬 것이다.
결론
인플레이션의 본질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나 인플레이션 기대가 아니라 통화 공급의 증가에 관련된 것이다. 또한 여러 평론가들의 주장과 달리, 통화 팽창이 없다면 인플레이션 기대만으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지는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