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ith Wilkinson 주제 : #주류경제학비판 원문 : The CPI as Evidence of Methodological Error (게재일 : 2025년 11월 14일) 번역 : 전계운 대표 * * * 애덤 스미스의_『국부론(Wealth of Nations)』_(1776)은 철학적·정치적 사상의 한 분야인 현대 경제학의 시초로 여겨진다. 스미스에서 마르크스에 이르기까지 경제학은 주로 인간 행위(human behavior)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러나 서구 국가들이 기술 발전과 산업혁명을 거치며 경제학을 정량적 과학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알프레드 마셜의 『경제학 원리(Principles of Economics)』(1890)는 이러한 경제학 방법론 전환의 시작점으로 여겨지며, 경제학이 정량적(quantitative)학문인가 정성적(qualitative)학문인가에 대한 논쟁에 불을 붙였다. 정량적 관점은 물리학이나 화학과 같은 자연과학에서 요구하는 수학적 정밀성을 활용해 경제를 모델링하고 예측했다. 정성적 관점은 경제학을 결코 덜 엄밀하지 않다고 보았지만, 경제학적 사고를 인간 행위와 시장 연구로 국한시켰다. 정량적 관점으로의 전환은 20세기까지 케인스주의, 신고전파 경제학, 통화주의를 거쳐가면서 지속되었으며, 수 많은 새로운 경제 통계 개발을 촉진시켰다.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바로 그러한 통계 중 하나로 정성적 방법론을 버리고 정량적 접근을 채택하면서 발생한 방법론적 오류 사례다.  노동통계국은(BLS)은 1919년에 소매소비자물가를 집계하면서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처음 작성하기 시작했다. 수십 년에 걸쳐 노동통계국은 표본화된 지역, 상품과 서비스의 포함, 가격 가중치 등으로 CPI 산출 방식을 수정해왔다. CPI는 생활비를 파악하는 데 가장 주목받는 지표가 되었다. 연방정부는 CPI를 경제 상황을 진단하는 척도로 활용하고, 금리를 조정하는 기준으로 삼으며,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CPI를 활용한다. 이처럼 CPI는 정부 간섭에 큰 영향을 미치고, 따라서 미국 국민 전체에도 막대한 파급효과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 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첫째, 측정 가능한 ‘일반적인’ 물가 수준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CPI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방법론 자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셋째, 정부가 CPI를 활용해온 방식이 경제적인 피해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물가 수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물가를 생각할 때, 마치 하나의 물가 수준(price level)이란 것이 존재하고 A와 B시점 사이의 변화량을 측정하면 인플레이션을 파악할 수 있다고 여긴다. 문제는 이러한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란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장은 개별 구매자와 판매자가 특정한 시점에서 특정 가격으로 교환하기로 합의하는 거래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거래가 하루에 수억 번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안정적인 물가 수준을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마치 거대한 벌 떼의 움직임을 단 하나의 숫자로 압축하려는 것과 같다.   [더 읽을거리: 조나단 뉴먼의 “물가 수준의 신화를 폭로하다(Exposing the Price Level Myth)”] 게다가 새로운 통화가 시장에 유입될 때,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은 동시에, 같은 정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러한 자금에 먼저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은 특정 상품의 가격을 먼저 끌어올리지만, 이는 나중에 임금이 오르는 월급쟁이들보다 앞서 발생한다. 미제스는 이러한 캉티용 효과(Cantillon effects)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 사람들이 “물가 수준”에 대해 말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마치 액체의 양이 늘거나 줄면 수면이 오르내리되 항상 고르게 변하는 탱크 속의 물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물가에서 그런 “수준”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가는 동일한 시점에, 동일한 정도로 변하지 않는다. 항상 물가는 더 빠르게 변동하거나, 다른 물가보다 더 급격히 오르거나 내릴 뿐이다.  오류 투성이인 장바구니  CPI는 “장바구니(basket of goods)”에 기반해 계산된다. 이는 고풍스러운 바구니와 체크무늬 모양의 피크닉 담요 같은 친숙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CPI가 실제로 계산되는 방식에는 친숙함이 전혀 없다.  첫째, 물가 변화를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사용되는 상품과 서비스가 일관성 있게 유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노동통계국은 서로 다른 32개 지역에서 211개 카테고리의 상품과 서비스를 추출해, 243개 품목의 물가를 여러 해에 걸쳐 표본 조사한다. 이렇게 해서 7,776개의 품목-지역 가격(item-area prices) 행렬이 만들어진다. 이 가격들은 이후 “블랙박스”에 가까운 CPI 알고리즘 안에서 서로 다른 가중치를 부여받는다. 방대한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 합당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광범위한 지역과 서로 다른 물가를 한데 모아 만든 수치는 개별 구매자가 실제로 구매하는 상품 구성이나 지불하는 가격과 전혀 닮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람마다 구매하는 품목의 종류, 품질, 구성은 각자 고유한 상황과 결정을 반영한 독특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를 개인이 구매하는 상품과 지불하는 가격을 반영하는 것처럼 하나의 “장바구니”로 묶어 이를 집계하려는 시도는 수상쩍다. 미제스는 이를 간명하게 설명한다. “현명한 주부는 자신의 가정에 영향을 미치는 물가 변동에 대해 통계 평균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정책 결정에 활용하는 것은 경제적 피해를 초래했다 CPI 산출 방법론의 한계로 인해, CPI가 경제 상태를 보여주는 잘못된 지표가 될 것이라는 점은 피할 수 없다. 이는 2000년대 초반에 이미 분명히 드러났다. 당시 CPI 인플레이션은 연 23퍼센트라는 목표 범위 내에 있었고, 연준(Fed)은 경제가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다고 믿었다. 닷컴 버블 붕괴 이후의 회복을 “관리”하려던 연준은 완화적인 통화정책(easy-money policy)을 유지하며 연방기금금리를 13퍼센트 수준으로 유지했다. CPI가 “완만했음(tame)”에도 불구하고 낮은 모기지 금리 때문에 주택시장에는 자산 버블이 형성되고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 가격이 매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낮은 CPI가 보내는 잘못된 신호 때문에 연준은 20052006년까지도 저금리 정책을 유지했다. 이 시점에는 이미 주택 가격이 지속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해 있었고, 결국 2008년의 주택시장 붕괴로 이어졌다. 이와 비슷한 잘못된 신호는 코로나 이후의 연방정부 프로그램이 시행된 20202021년에도 반복되었다. 막대한 경기 부양 지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CPI는 비교적 완만해 보였다. CPI가 2022년에 이르러 큰 폭으로 상승했을 때에는 이미 경기 확장 국면이 한창 진행 중이었고, 그 결과 CPI는 9퍼센트를 넘어섰으며 이는 미국 시민에게 심각한 경제적인 피해를 야기했다. 결론 경제학은 시장과 인간 행동(human action)을 보편적이고 정성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기 위한 학문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20세기 초에 이르러 경제학이 정량적인 정확성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경제학자들은 경제를 관리하기 위해 수학을 활용해 경제 모델을 구축하고 정책 처방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연방정부의 CPI의 활용은 이러한 오만의 한 예이다.  단일 물가 수준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이든, “장바구니”는 개별 소비자의 실제 경험을 정확히 반영하도록 집계될 수 없다는 점이든, CPI를 활용하는 것이 연방 정부의 부실한 통화 정책으로 이어졌다는 충분한 증거든, 이러한 방법론적 변화가 오류였음은 분명하다. 경제학은 엄밀한 학문이지만, 국가를 위한 정량적 예측과 정책 처방의 도구가 아니라, 시장과 인간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정성적 학문이라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야만 한다. * * * 썸네일 출처 : 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