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혁신이 어떻게 경제성장을 이끄는지를 설명한 공로로 조엘 모키르, 필리프 아기옹, 피터 하윗에게 수여되었다. 수상자들, 특히 모키르에 따르면 계몽주의 시대는 산업혁명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계몽주의 시대가 산업자본주의를 탄생시켰다는 사실이다. 산업자본주의란 개인의 권리,특히 재산권을 인정하고 모든 재산이 사적으로 소유되는 데 기초한 사회체제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한 것은 자유시장 환경 속에서 작동하는 자본주의였다. 루트비히 폰 미제스에 따르면
반간섭주의 이념과 그 소산인 ‘산업혁명’은 진보와 복지를 가로막던 이념적·제도적 장벽을 폭파해 버렸다. 또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극심한 궁핍과 빈곤에 빠질 운명에 처해 있던 사회질서를 무너뜨렸다.
산업혁명의 원동력은 혁신 그 자체가 아니라 개인과 기업의 재산권을 불완전하게나마 보호한 자본주의였다. 이는재산권이 보호되지 않는 봉건주의 및 사회주의와 대조해 보아야 한다.
수상자들에 따르면 혁신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열쇠다. 그렇다면 제3세계 국가들은 왜 여전히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이들 국가의 사람들도 선진국과 동일한 기술 지식에 접근할 수 있지 않은가.
머레이 라스바드는 『인간, 경제, 국가』에서 기술적 ‘노하우’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경제성장을 창출하려면 언제나 자본투자를 통해 구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하여 라스바드는 미제스를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저개발국에 부족한 것은 서구의 기술적 방법에 관한 지식, 즉 ‘노하우’가 아니다. 그런 지식은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 대면 또는 책의 형태로 지식을 전수받는 서비스도 쉽게 돈을 주고 구할 수 있다. 부족한 것은 선진 기법을 실제로 적용하는 데 필요한, 저축을 통해 형성된 자본의 공급이다.
따라서 경제성장을 이끄는 핵심 요인은 자본주의, 즉 자유시장 아래에서 민간이 자본구조를 발전시키고 그에 투자하도록 함으로써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체제다. 자본재를 늘릴 수 있게 하는 것은 민간 저축이다./
저축과 경제성장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 개인은 소비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재는 희소하므로 소비를 위해서는 생산이 필요하다. 이미 생산되어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도구, 즉 자본재가 없다면 개인의 생산능력은 크게 제약되며 생산에는 더 많은 시간과 노동이 든다. 개인을 더욱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들어 줄 자본재를 생산하려면 시간·노동·에너지·자원을 그 생산에 투입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저축이 필요하다.
더 발전한 경제에서 민간 저축은 생산할 수 있는 다양한 자본재의 질과 양을 결정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를 ‘생계기금’, 즉 생산기간 동안 생산자의 생계를 유지해 주는 저축이라고 불렀다. 리하르트 폰 슈트리글은 이에 관해 다음과 같이 썼다.
어떤 나라의 생산체계를 완전히 새로 구축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생산요소는 노동력과 자연이 제공하는 생산요소뿐이다. 이제 생산이 1년이 걸리는 우회생산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가정한다면, 이러한 본원적 생산요소에 더하여 주민들의 식량과 그 밖의 필요를 1년 동안 충당할 생계기금이 마련되어 있어야만 생산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뵘바베르크에 따르면,
경제공동체 전체의 부는 생계기금, 또는 선대기금의 역할을 하며, 사회는 그 공동체에서 통상적으로 걸리는 생산기간 동안 이 기금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자본재의 증가와 향상은 경제성장을 촉발하는 주요 요소다. 이는 민간 저축이 자본투자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에 가능하다. 따라서 민간 저축을 약화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경제성장의 전망을 훼손한다.
생산과 민간 저축은 자본투자를 가능하게 하고, 자본투자는 생산량과 효율성을 높인다. 개선된 자본구조는 소비재 생산을 늘릴 뿐 아니라 이전에는 이용할 수 없었던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게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혁신은 자본투자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저축 없이는 거의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한다. 기술적 ‘노하우’는 경제성장을 창출하려면 자본재를 통해 구현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혁신은 사람들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어떤 목적에 기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떤 일을 하는 방법에 관한 지식은 경제적으로 쓸모가 없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갖고 있고 다양한 기술적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저축과 자본투자가 확대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
여기서 우리는 기술 지식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도구를 만들려면 제작자는 그것을 어떻게 만들지 알아야 한다. 그러나 아이디어만으로는 도구를 생산할 수 없다. 조립에 앞서 여러 부품을 먼저 생산해야 하며, 여기에는 시간과 희소한 자원이 든다. 따라서 도구를 만들려면 제작 방법을 아는 것뿐 아니라 그 도구를 통해 이루려는 주관적 목적도 가져야 하며, 그것을 생산하기 위해 다른 선택지를 기꺼이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중간재
선진경제는 최종 소비재와 서비스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생산구조에는 다른 자본재 또는 최종 소비재의 생산을 돕는 수많은 중간재, 즉 자본재도 포함된다. 시간과 기다림은 경제학에서, 특히 자본재의 발전에서 핵심 변수다. 라스바드에 따르면
자본은 소비재를 향유하기까지의 길에 놓인 중간 기착지다. 자본을 소유한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소비재를 향해 시간상으로 그만큼 더 나아가 있다. 도끼가 없는 크루소는 자신이 원하는 집을 얻기까지 250시간이 남아 있지만, 도끼가 있는 크루소에게는 200시간만 남아 있다. 그가 섬에 도착했을 때 이미 통나무가 준비되어 쌓여 있었다면 목표에 그만큼 더 가까워졌을 것이다. 애초부터 집이 있었다면 그는 즉시 욕구를 충족했을 것이다. 소비를 더 줄이지 않고도 목표를 향해 그만큼 더 나아가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더 발전한 도구와 기계가 도입되면 많은 새로운 소비재도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소비재는 새로운 도구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전혀 이용할 수 없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전제조건은 자본주의, 즉 사유재산권이 보호되고 평화롭고 자발적인 교환의 자유가 장려되며 저축이 생산재의 개발과 생산 구조의 개선을 위한 자본투자로 흘러갈 수 있는 자유시장이다.
결론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결론과 달리, 기술 지식과 혁신만으로는 저축과 자본투자가 먼저 확대되지 않는 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일으킬 수 없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전제조건은 자본구조에 투자할 토대를 제공하는 자유시장경제의 존재다. 갈수록 심해지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개입은 민간 저축을 감소시키고 민간 투자를 밀어내며, 시장을 통해 이루어지는 교환을 저해하고 생산구조를 왜곡한다.
원문: Innovation Is Not the Key Driver of Economic Growth (2025년 11월 10일 게재)
썸네일출처 : Gemin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