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계운

전계운 * 미제스 연구소 대표

주제 : #경제현안


지난 7월 31일, 한국과 미국 양국 정부는 관세 문제를 둘러싼 협상 끝에 일정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정부는 한국산 주요 수출품, 특히 자동차에 대해 1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한국정부는 미국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농산물, 특히 쌀 시장의 개방 여부를 두고 양국의 입장은 엇갈렸지만, 미국 측은 “쌀(Rice) 시장을 개방했다”고 주장했고, 한국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쌀 개방이 이루어졌든 아니든, 이번 협상은 리버테리언의 시각에서 볼 때 자유무역의 원칙을 철저히 외면한 정치적 실패로 평가될 수 밖에 없다.

1.관세의 부활과 FTA의 붕괴

이번 합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제에서 상호 무관세 원칙을 근간으로 유지되어 왔던 교역 구조를 무너뜨렸다. 물론 FTA 자체가 진정한 자유무역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 국가 간의 특혜 협정은 다른 국가에 대한 역차별을 낳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리버테리언 정책이라고 하기엔 거리가 있다. 그러나 관세를 상호 철폐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일정한 이익을 주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제 그 최소한의 원칙마저 사라졌다. 미국 정부는 한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활시켰고, 한국 정부는 대응 없이 사실상 수용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수출기업은 더 높은 진입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미국 소비자는 한국 제품을 더 비싸게 구매하게 된다. 이처럼 자유롭고 자발적인 교역이 아니라, 정부가 일방적으로 가격 구조를 왜곡하는 시장 개입이 재등장했다.

이 지점에서 고전적 자유주의자 프랭크 초도로프(Chodorov)의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는 정부가 소득세를 도입하면서 관세를 없애겠다고 했던 약속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정부가 관세 수입을 포기하고 소득세로 대체하겠다는 발상은 모든 경험에서 비추어 볼때 사실과 어긋난다. 정부는 그런 약속을 했고, 당시 지도자들은 그것을 믿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정부는 하나의 권력을 포기하고 다른 권력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적어도 영구적으로는 말이다.”

관세든 소득세든, 결국 그것은 정치 권력을 키우는 수단이며,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 초도로프의 결론이었다. 그는 또 이렇게도 말했다.

“소득세의 유일한 수혜자는 정치인들이다. 소득세는 그들에게 자신들의 보수를 늘릴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더욱 중요하게 만드는 데에도 활용된다.”

관세 역시 마찬가지다. 소비자의 선택권과 기업의 자유를 희생시키는 동시에, 정치인들은 이를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존재 가치를 과시한다. 정부는 결코 권력을 내려놓지 않는다. 트럼프는 이 협상을 자신의 치적으로 홍보했고, 한국 정치권ㅡ여당과 정부 역시 '쌀을 지켜냈다'며 마치 성과라도 되는 듯 자화자찬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 진짜 승자는 관세 수입을 챙겨간 트럼프 행정부뿐이다. 미국 소비자도, 미국 공급자도 이득을 본 것이 없으며, 한국의 소비자와 공급자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 협상은 정치적 쇼였고, 자유시장과 소비자의 이익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2. 쌀 개방이 문제인가, 보호가 문제인가

이번 협상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분야는 농산물, 특히 쌀 시장이다. 미국 측은 한국이 쌀 시장을 개방했다고 주장했고, 한국 정부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어느 쪽 주장이 사실이든, 리버테리언의 관점에서 더 본질적인 질문은 “쌀을 지켰느냐”가 아니라, “왜 아직도 보호하고 있느냐”이다.

한국의 쌀 시장은 오랫동안 정치적 논리에 따라 움직여 왔다. 유통 구조는 일부 대기업과 농협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고, 가격은 비정상적으로 높으며, 소비자는 선택권이 제한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양곡관리법에 따라 정부는 매년 수요를 초과한 쌀을 세금으로 사들이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이처럼 비효율적인 공급과 왜곡된 수요 구조는 결국 납세자 전체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만일 쌀 시장이 개방되어 미국산 쌀이 더 저렴하고 품질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면, 소비자는 그것을 선택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 정부가 이를 막는 것은 단순한 보호주의가 아니라, 소비자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다. 나아가 전면 개방을 통해 경쟁력이 없는 품종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며, 그 결과 정부가 쌀을 수매하거나 보조금을 지급할 명분도 사라지게 된다. 자유무역은 시장을 효율적으로 만들 뿐 아니라, 세금의 낭비까지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 정부가 “쌀을 지켰다”고 자랑하는 것은, 실상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시장을 폐쇄적이고 정치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선언에 불과하다. 진정한 자유무역을 지향한다면, 농산물 시장 전반의 전면 개방을 주장했어야 한다. 특정 이익집단의 보호가 아니라, 소비자를 위한 자유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만일 한국 정부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조건으로 미국 측에 협상을 제안했더라면, 주요 수출품에 대한 무관세 체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협상상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협상 테이블에 앉은 관료들의 머릿속에는 자유시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3. 3500억 달러의 투자 약속,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번 협상의 또 다른 핵심은 한국정부가 미국정부에게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1,000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구매를 약속했다는 점이다. 미국 조선업과 에너지 부문,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약속은 민간 기업의 자율적 투자나 계약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정부 간 정치 협상의 산물이다.

시장은 가격, 수요, 공급이라는 명확한 정보와 신호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정치가 개입한 투자는 이 신호를 왜곡한다. 특정 산업에 과잉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으며, 수익성이 없는 사업에 자금이 흘러들어갈 수도 있다. 민간 기업이 이 협상을 수용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따를 수 있고, 수용하자니 불확실성과 재정 부담이 커진다.

더 큰 문제는 이 투자 약속이 세금으로 이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미국산 에너지를 고가로 구매한다면, 그것은 시장 원칙에 반할 뿐 아니라 납세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행위다. 정치인의 밀실 협상이 전체 경제 시스템에 실질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결론: 정치가 아닌 시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번 한미 관세 협상은 자유무역 협상이 아니었다. 정치 권력이 주도한 비대칭적 정치 거래였고, 그 결과는 시장 자율성과 가격 신호 체계의 붕괴였다. 일부 산업에는 일시적인 이익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자원의 왜곡, 소비자의 피해, 정치 개입의 확대라는 더 큰 문제가 남는다.

미국 상원의원 랜드 폴(Rand Paul)은 이렇게 말했다.

“관세는 외국 정부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가정을 처벌한다. 수입품에 세금을 부과하면, 식료품에서 스마트폰, 세탁기, 처방약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의 가격이 올라간다.”

이 말은 이번 협상이 가진 본질을 정확히 꿰뚫는다. 관세는 단순한 무역 규제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며, 시장 기능을 왜곡하는 국가 개입의 상징이다.

리버테리언의 해답은 단순하고 명확하다.정부는 시장에서 손을 떼야 하며, 관세는 철폐되어야 하고, 모든 거래는 민간의 자율적 계약에 맡겨져야 한다. 정치가 개입할수록 시장은 왜곡되고, 자유는 후퇴한다.이번 협상은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사례일 뿐이다. 이제 우리는 정치가 아닌 자유 시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썸네일 출처 : white 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