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ug Bandow *더그 밴도우는 케이토 연구소(Cato Institute)의 수석 연구원으로 미국의 대외 정책과 한반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 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다. 레이건 대통령의 보좌관을 역임하기도 한 밴도우는 미국 제국주의에 반대한다. 그는 한국이 이미 경제적으로 북한을 압도하고 더 이상 미국의 군사적 보호에 의존할 필요가 없으므로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한국이 자주국방을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제 : #경찰국가 원문 : South Korea Should Embrace Liberty in Confronting Pyongyang (게재일: 2021년 5월 10일) 번역 : 김경훈 (서울대학교 대학원생) * * * 대한민국은 1953년에 멈춘 6.25 전쟁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가난에 시달리며 힘들게 버텨냈다. 국토는 전쟁으로 황폐화되었고, 서울의 주인은 네 번이나 바뀌었다. 수십만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으며, 파괴적인 상황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집을 잃고 쫓겨났다. 약 65만 명의 북한 주민이 남쪽으로 피난을 내려와 전쟁으로 망가진 사회에 힘겹게 뿌리내려야 했다. 수년 동안 남한은 찢어지게 가난했고 통치도 엉망이었다. 1960년 이승만 정권이 무너지고 박정희가 정권을 잡았다. 박정희의 잔혹한 군사독재는 급속한 경제 성장과 극적인 사회 변화를 가져왔다. 민주정이 자리잡는데 또 다시 25년의 기다림이 필요했고, 1987년에야 비로소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되었다. 한국 정치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부정부패로 수감되었고, 노무현은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자살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자유롭고 번영하는 사회로 발전했다. 그러나 한국은 자국민이 북한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을 여전히 믿지 못하고 있다. 1948년 제정된 국가보안법은 권위주의적인 이승만 정부가 만들었고 이후 군사 정권들이 일상적으로 휘둘러왔다. 한국 정부는 북한을 “찬양, 고무 또는 선전”하는 종북 활동을 광범위하게 금지했다. 예컨대 북한으로 여행하는 것은 불법이다.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자 한국 정부는 북한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다. 블로그 게시물들이 “북한을 찬양하고 정부와 미국을 비난한다”는 이유로 삭제되는 것은 예사였다. 한국 정부는 친북 메시지를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기소했고, 심지어 북한을 다룬 유럽 웹사이트를 차단하기도 했다. 서적이나 신문 같은 레거시 미디어도 예외는 아니었다. 뉴욕타임스는 2007년 김명수 씨의 사건을 보도했는데, 그는 친북으로 간주되는 중고 서적을 판매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했다가 “이적 행위” 혐의를 받고 체포되었다. 이 서적들에는 마르크스 평전이나 미국 저널리스트 에드거 스노(Edgar Snow)가 중국 공산주의의 탄생을 다룬 《중국의 붉은 별(Red Star Over China)》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어처구니없게도 같은 책들이 도서관에는 버젓이 비치되어 있었다. 국가보안법 기소 건수는 현직 대통령의 정치 성향에 따라 등락을 거듭했지만, 정보 접근권과 표현의 자유 제한은 꾸준했다. 자유 사회의 본질을 거스르는 국가보안법이라는 망령은 2010년 라 뤼(Frank la Rue)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조사관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리더가 되려면 인권을 완전히 존중하는 진정한 민주정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책은 요지부동이었다. 2012년 예술가 박정근은 북한의 선전물을 조롱했다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15년 한국 정부는 북한 여행기를 쓰고 강연했다는 이유로 재미동포 신은미를 추방했다. 그녀의 활동이 한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주장은 명백히 터무니없는 헛소리였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성공적인 국가로 손에 꼽히면서 세계 대부분에서 자유롭게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자국민에게 노출하는 것에 대해 이토록 충격적인 공포심을 드러낸 것이다. 심지어 대학교수가 김일성의 회고록 발췌문을 학생들에게 과제로 내주었다가 기소되어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일까지 있었다. 이 수치스러운 정부 규제는 현재진행형이다. 2021년 4월 한 출판사가 김일성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8권 전집을 판매하기 시작했을 때 또다시 소동이 일었다. 북한의 저작물이 빼어난 문장이나 매혹적인 줄거리를 갖췄을 리 만무하다. 수백만 명의 한국인들이 이 책을 탐독하고 공산주의로 전향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압력으로 서점들은 이 책의 판매를 중단했다. 한국은 자신의 성취에 대해 좀 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2020년,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는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했다. 민주당 정부는 평화 유지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것이 효과적인 대북 유화책인지는 의심스럽다. 이는 어리석게도 북한 주민들을 외부 세계로부터 고립시켜 김정은을 도와주는 꼴이다. 정 반대로 국가보안법은 한국인들을 북한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묶어두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역설적이게도 이 법은 북한 주민들이 남한에 대해 알지 못하게 막으려는 북한 정권의 행태와 판박이다. 김정은은 국경을 봉쇄하고, 남한 문화를 단속하며, 남한 사람들을 따라하는 북한 청년들을 “반사회주의”를 선동한다며 처벌하는 데 혈안이다. 청소년 두 명이 이런 혐의로 노동교화소로 보내지기도 했다. 북한과 남한의 유일한 차이점은, 김정은에게는 국민을 탄압하기 위해 국가보안법 같은 법적 절차가 필요가 없다는 점 뿐인 듯하다. 국민을 어린아이 취급하는 것은 한국 정부에게 언제나 패착이었다. 물론 한국이 북한만큼이나 정보를 통제하고 비판자들을 가두던 군사독재 시절에는 그런 통제가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을 우민화하려는 정부의 필사적인 시도는 언제나 역효과를 낳았다. 국가보안법은 북한에 맞서는 남한의 명분을 스스로 훼손했다. 이 법은 마치 한국의 죄책감을 입증하는 증거처럼 여겨졌다. 즉, 한국의 독재자들이 '라이벌인 북한이 더 낫고, 더 자유롭고, 더 부유하다'는 불편한 진실을 국민들이 알게 될까 봐 두려워한다는 인상을 준 것이다. 물론 북한이 더 낫다는 건 사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금지된 채 억압받던 국민들에게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박정희 독재 정권이 “김일성은 독재자”라고 비난해봤자, 다른 신뢰할 수 있는 소식통을 통해 진실을 접하는 것만큼 설득력이 있을 리 없었다. 다시 말해 국가보안법은 남한 내 종북주의자를 양성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북한에 대한 정보와 접촉 차단은 김 씨 일가가 주장하는 ‘지상락원’에 신비로운 매력을 부여했다. 미국의 후원을 받는 남한 군사독재에 환멸을 느낀 이들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를 자처하는 북한이 더 나은 대안일지 모른다고 상상을 하게 되었다. 좌파 성향의 민주화 운동가들 사이에서 북한에 대한 동경심이 만연했다는 사실이 단적인 예시이다. 오늘날 한국인들이 과거처럼 현혹될 가능성은 낮다. 남한의 삶은 훨씬 나아졌고 북한의 실상은 널리 알려졌다. 특히 수많은 탈북자들의 증언이 결정적이었다. 사실, 민주당 정부가 북한과 관계 개선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면서 정작 북한 정보를 금지하는 것은 특히나 앞뒤가 안 맞는 일이다. 한국인들이 마조히스트가 되어 자화자찬으로 가득 찬 김일성의 회고록 8권을 읽는 것을 막아서 한국 정부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도대체 무엇인가? 일본인, 미국인, 유럽인, 호주인, 러시아인, 인도인, 아프리카인, 남미인, 중국인, 그리고 지구상 거의 모든 다른 사람이 원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을 왜 한국인만 금지당해야 하는가? 활기찬 민주국가가 왜 조금이라도 그럴듯한 명분조차 제시하지 못한 채 시민들을 어린애 취급해서야 되겠는가? 70년 전 대한민국은 생존을 위해 싸웠다. 그 이후 한국인들은 성공했고 번영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끔찍하게 가난하고 자유가 없었던 그 시절의 잔재를 버리지 못했다. 국회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민주당 정부는 과거의 잘못된 정보 통제에 불과한 국가보안법을 혁파하고 국민을 해방해야 한다. * * * 썸네일 출처 : gemini
자유와 반공을 위해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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