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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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일,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의 유년기를 가슴 뛰게 했던 애니메이션 『드래곤볼』의 원작자 토리야마 아키라가 세상을 떠났다. 이 위대한 작가를 추모하며, 필자가 리버테리언으로서의 정체성을 막 공고히 해가던 2016년에서 2017년 즈음에 한국 자유당(Libertarian Party of Korea)에 기고 했던 짧은 에세이를 다시 꺼내어 본다. 80년대와 90년대생들에게 '드래곤볼'은 매우 익숙하고 친근한 작품이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구슬을 찾아 떠나는 주인공 손오공(사이어인명: 카카로트)의 모험, 그리고 반전을 거듭하는 악당과의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보며 흥분에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은 우리 세대라면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당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 작품은 지속적인 후속작 요구에 힘입어 작화를 선명하게 꾸민 '드래곤볼 KAI(改)'와 '슈퍼(超)' ‘다이마’ 등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어릴 적 그저 재미있게만 보았던 이 만화가 과연 어떤 측면에서 자유주의적인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일까?

1. 드래곤볼의 세계관과 모험의 시작

필자가 다루고자 하는 핵심 스토리는 오리지널 드래곤볼과 후속작인 '드래곤볼 Z', 그리고 외전격인 '드래곤볼 GT'에 이르는 서사다. 많은 매니아들이 GT를 정사로 여기지 않는 논란도 있지만, GT까지 모두 살펴보아야만 작가 토리야마와 제작진들이 드래곤볼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본질적인 의도와 자유주의적 교훈을 명확히 도출해 낼 수 있다. 드래곤볼의 서사는 우주적인 규모에서 시작된다. 강력한 전투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은하계의 별들을 침공해 그 별을 사고파는 폭군 프리저 일가가 존재했다. 그는 자신의 세력권으로 두었던 전투 민족 '사이어인'의 세력이 커지고, 천 년에 한 번 탄생한다는 전 우주 최강 '초사이어인'이 출현하여 자신의 통치에 위협이 될 것을 늘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결국 프리저에 의해 사이어인의 별이 멸망하기 직전, 아기였던 손오공은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목적을 띠고 우주로 쏘아 올려진다. 지구에 불시착한 손오공은 지구의 할아버지인 손오반에게 발견되어 성장하게 된다. 우연히 절벽에서 떨어지는 실수로 사이어인 특유의 난폭한 본성을 잃게 된 오공은 착한 심성을 가진 아이로 자라난다. 사냥과 수련밖에 모르는 바보였던 그는 이후 부르마를 만나면서 드래곤볼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모험을 시작한다.

2. 소원을 들어주는 구슬, 그리고 '거대한 정부'

나메크성인에 의해 만들어진 드래곤볼의 본래 목적은 '용기 있고 지혜 있는 자에게 간절한 소원 딱 한 가지를 들어주기 위해서'였다. 초기 오공 일행은 죽은 친구들을 살리거나, 단순히 물건을 얻는 등 비교적 소박한 목적으로 이 구슬을 모아 소원을 이루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무엇이든 소원을 들어주는 '드래곤볼'을 '거대한 정부'나 '국가 권력'으로 치환해 볼 수 있다. 신들 중의 신인 15대 이전의 계왕신은 오공 일행에게 경고한 바 있다. 드래곤볼은 우주의 법칙에 완전히 어긋나는 것이며, 지구와 우주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경고를 무시하고 오공 일행은 계속해서 드래곤볼의 힘에 의존했다. 드래곤볼이라는 '만능 해결책'에 너무 의존한 나머지, 전투 중 다수의 지구인이나 친구가 죽더라도 나중에 드래곤볼로 되살리면 된다는 식의 안일하고 생명 경시적인 태도가 작중에 그려지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악당들마저 이 구슬을 노리고 지구 침공을 감행하거나 나쁜 쪽으로 남용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 비극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의존의 끔찍한 대가는 드래곤볼'GT'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악당 슈퍼 17호를 물리친 후, 죽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오공 일행은 다시 드래곤볼을 모아 용신을 부른다. 그러나 과도한 소원의 남용으로 더 이상 양의 기운(재정)은 남아 있지 않고, 오직 음의 기운(부채)만 남은 드래곤볼은 결국 깨져버리며 7마리의 악룡을 탄생시킨다. 지구를 파괴하기 시작한 악룡들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최강인 1성 장군과의 전투 중 오공은 사망에 이르게 된다. 죽음의 문턱에서 오공은 마침내 깨닫는다. 드래곤볼의 인위적인 개입이 결국 의도치 않은 끔찍한 결과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동안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기보다 드래곤볼을 만능으로 여기며 그 힘에 너무 의존해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망한 손오공은 1성 장군을 물리치고 지구를 지키고 싶다는 간절한 소원을 빈다. 용신은 이 일이 끝나면 자신과 함께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고, 오공은 이를 승낙한다. 마침내 그는 개인으로서 우뚝 서서 지구인과 전우주인들의 염원이 담긴 '원기옥'을 들고 등장한다. 더 이상 드래곤볼(정부)에 의존하지 않는 오공의 압도적인 모습에 놀란 1성 장군은 원기옥을 맞고 소멸한다. 싸움이 끝난 후, 원래대로 돌아온 드래곤볼은 오공의 몸으로 들어가고 그는 일행들에게 작별을 고하며 사라진다. 

3. 결론

드래곤볼의 존재, 즉 '정부의 개입'은 일시적으로 사람들을 편리하게 해주며 마약처럼 계속 의존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는 것을 이 작품은 명백히 보여주었다. 정부에 의존하려다 보면 우리 스스로 나약해질 수밖에 없으며,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조차 희미해진다. 앞서 언급했듯 드래곤볼의 존재 때문에 오공 일행이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던 것처럼, 현실의 복지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나서서 구제와 복지를 전담하게 되면, 오히려 개인들 사이의 이타적인 마음은 점차 사라지고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을 돕던 자발적인 자선 행위는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웃을 향한 따뜻한 관심과 연대 대신 차가운 시스템에만 의존하게 되면서 사회는 극도로 삭막해지고 마는 것이다. 또한, 일부 사람들의 소원 때문에 여러 사람이 음의 기운(부채)이라는 치명적인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던 상황은 무엇을 떠올리게 하는가?

바로 '정부의 방만한 재정, 통화정책'이다! 정부의 방만한 재정, 통화 정책은 드래곤볼 남용의 가장 적절한 현실 속 예시일 것이다. 나아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국방이나 치안 등에서 정부에게 너무 많은 힘과 신뢰를 위임한 결과, 우리는 스스로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권리와 책임마저 잃어버리는 처지에 이르렀다. (우리는 정부의 노예로 전락했다!) 『드래곤볼』은 단호하게 그러지 말라고 경고한다. 위기는 언제나 자신의 힘으로 타개해야 하며,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라는 것을 말이다. 얼마나 교훈적이며 자유주의적인 애니메이션인가? 어릴 적 삶의 낙 중 하나였던 드래곤볼, 손오공이 있어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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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 출처: https://www.themoviedb.org/tv/12697-dragon-ball-gt?language=k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