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hael V. Szpindor Watson 슈핀도르 왓슨은 벨몬트 애비 칼리지 경제학 조교수이다. 2016년 미제스 연구소 펠로우였다. 주제 : #화폐와_은행 원문 : Did Debt Exist Before Money? It Doesn’t Matter (게재일 :2016년 7월 25일 ) 번역 : 박종식 * * * 신용은 화폐보다 선행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것이 문제되는가? 그렇지 않다.  백년 전 알프레드 미첼 인스(A. Mitchell Innes)는 화폐의 기원에 대한 통상적인 서사를 거부했는데, 통상적인 서사란, 분업이 확산되고 시장에 재화가 풍부해짐에 따라 물물교환의 비용이 점차 커지면서 화폐가 자생적으로 출현했다는 것이다. 즉, 화폐는 내가 원하는 물건을 가진 동시에 내가 팔고자 하는 물건을 원하는 상대를 찾아야 하는 물물교환의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인스의 주장은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저서 『부채: 그 첫 5,000년의 역사』를 통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며 지지를 얻고 있다. 이에 따라 멩거주의자들과 인스주의자들 사이의 논쟁은 여러 권의 책으로 출판되었을 뿐만 아니라 블로그 공간에서도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곳에서 밥 머피 (여기, 여기, 여기), 조지 셀진 (여기, 여기), 데이비드 헨더슨 (여기), 그리고 브래드 드롱이(여기)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책을 비판하고 있으며, 인스를 옹호하는 진영측에서도 반박을 이어가고 있다. 인스는 신용이 보편적인 교환 수단보다 먼저 존재했다고 주장하며, 멩거주의자들이 주장하는 화폐 발생의 시간선인 물물교환, 화폐, 신용 순이 뒤섞여있다고 지적한다. 인스와 그레이버의 주장에 따르면, 물물교환이 너무 드물어서 무의미할 정도였으며 오히려 신용이 그 어떤 화폐보다 먼저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들은 차용증(IOU) 같은 신용 증서가 물건을 구매하는 화폐처럼 사용되었다고 말한다. 이들의 관점에서 멩거주의적 서사는 역사적 사실과 동떨어진 '비역사적 가설'일 뿐이며, 현실적인 유용성이 거의 없다. 물론 통상적인 서사가 화폐 출현 이전의 신용 가능성을 간과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멩거의 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함의하지 않는다. 내용이 다소 불완전할 순 있어도 본질 자체가 틀린 건 아니라는 뜻이다. 왜냐하면 직접 교환, 즉 물물교환은 '시차(inter-temporal)'를 두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물교환이 반드시 특정 장소와 시간에 동시에 이루어지는 즉석 거래일 필요는 없다. 만약 '시제간 물물교환'이라는 개념을 수용한다면, 화폐 이전에 신용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멩거의 설명과 전혀 충돌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인스의 주장과는 반대로, 화폐 출현 이전의 모든 신용은 결국 '시제간 물물교환'의 한 형태인 셈이다. 원래 물물교환은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재화를 즉석에서 맞바꾸는 '현물 거래(spot transaction)'로 이해되곤 한다. 화폐 경제에서의 거래 역시 한쪽 재화가 화폐로 바뀌었을 뿐 구조는 동일하다. 화폐가 없는 경제에서 발생하는 신용이란 단순히 시차를 둔 물물교환에 불과하다. 신용이 무엇으로 상환되는가에 대한 보편성 정도를 제외한다면, 이는 화폐가 존재하는 경제에서의 신용과 동일하다. 보편적인 교환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매 순간 즉각적인 거래만을 하기보다는 시간의 흐름에 걸쳐 거래하고자 하는 것이 지극히 합리적인 기대라 할 수 있다. 신뢰가 형성된 공동체나 계약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곳이라면, '카시미르'가 '아나스타샤'에게 방금 짠 우유를 받는 대가로 미래에 수확할 곡물의 일부를 약속하는 상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때 아나스타샤는 미래의 곡물 청구권을 대가로 우유를 '외상'으로 내준 셈이다. 즉, 아나스타샤와 카시미르가 '시제간 물물교환(inter-temporal barter)'에 참여함으로써 일종의 신용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시제간 물물교환은 공통의 교환수단에 대한 청구권이 아니라, 다양한 재화(그리고 어쩌면 서비스들) 중 하나에 대한 청구권을 가진다. 인스(Innes) 등이 제시했듯, 원시 경제가 발전하고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엄대(금을 새겨 물건값을 표시하는 막대로, 거래 후 둘로 쪼개 쌍방이 하나씩 가짐-역주)와 같은 부채와 신용을 기록하는 수단들이 고안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도구들은 시제간 물물교환의 거래 비용을 낮추어 주었다. 나아가 이러한 부채와 신용 기록 증서들은 양도가 가능했기에, 다른 재화와 교환되는 수단으로도 쓰였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나스타샤가 카시미르의 곡물 중 일부분에 대한 약속어음(IOU)을 가지고 있지만, 당장은 미래의 곡물보다 사과를 더 원한다고 상상해보라. 반면 '타데오'는 자신의 나무에 달린 사과보다 미래에 받을 곡물 청구권을 선호한다. 이 경우 아나스타샤는 타데오에게 약속어음을 주고 사과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이런 약속어음이 없었다면 아나스타샤, 카시미르, 타데오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합의해야만 거래가 성사되었을 것이다. 즉, 약속어음 형태의 시제간 교환이 없었다면 아나스타샤와 카시미르 사이의 최초 거래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아나스타샤가 다른 물건을 구하기 위해 그 어음을 사용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약속어음 형태의 시제간 교환이 없으면, 현물 거래만 가능하기 때문에, 곡물이 수확되기 전에는 수확되지 않는 곡물로 우유, 사과와 교환할 수 없으 며, 곡물이 수확된 이후에는 우유와 곡물, 곡물과 사과는 교환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서 현물 거래를 할 수 있음-역주) 화폐 이전에 신용이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 멩거(Menger)의 이론을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하지만 인스와 그레이버의 주장이 완전히 무의미한 것도 아니다. 그동안 우리가 학생들에게 가르쳐온 방식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측면이 있다. 이제 우리는 '화폐 이전에 신용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포함하여 교과서 내용을 다시 써야 하며, 이를 '시제간 교환'이라 불러야 한다. * * * 썸네일 출처 : gem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