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주제 : #사회현안 [expand title="2024년 미제스 와이어 목차 <펼치기>" swaptitle="2024년 미제스 와이어 목차 <닫기>"][미제스 와이어 1월호] ‘보이는 손’은 ‘보이지 않는 손’을 결코 따라갈 수 없다 [미제스 와이어 2월호] 저출산: 정치철학적 관점에서 [미제스 와이어 3월호] 의료계와 복지부가 해야 할 일 [미제스 와이어 4월호] 의료계의 주요 과제들 [미제스 와이어 5월호] 상생협약 대 사적 국가 [/expand]
2024년 22대 총선이 끝났다. 22대 총선을 여당의 참패, 야당의 승리로 규정하는 것은 파도의 표면만을 보고 하는 말일 수 있다. 민심의 바다 깊은 곳에서는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다른 말로 하면, 총선에 나타난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시대가 정신이 있을 리 만무하고 시대정신이란 한 시대의 모든 사람이 가장 바라는 것일 것이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 당대의 시대정신을 아는 것은 쉽지 않다. 필자는 1960-1970년대를 학업, 군 입대와 제대, 취업준비 등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동안에 내 주위의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 시대정신이라는 것이 ‘잘 살아보세’였다는 사실은 필자가 2017년 무렵에 3공화국 시대 경제사를 쓰면서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물론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는 박정희 대통령이 내걸었던 정치슬로건이었지만 그 시대 사람들 모두의 마음과 생각을 관통했던 것이라는 점에서 시대정신으로 꼽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지금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필자는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왜냐하면 필자도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TV방송에서 80세가 훌쩍 넘은 시골 할머니가 기자의 질문에 국회의원 수를 한 명이라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을 보고 ‘정부를 작게 하는 것’을 시대정신으로 보는 것이 옳을 수도 있겠다고 필자는 판단했다. 정치에 염증을 느낀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탈(脫)정치’를 원한다고 할 수 있다. 탈정치야말로 정부를 작게 하자는 말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또는 ‘탈규제’도 그런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탈규제는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정계와 관료사회(특히 행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우리 사회 각종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라는 점에서 탈규제를 시대정신으로 보아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점도 보통사람들이 정부를 작게 하는 것을 시대정신으로 보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 시대의 주요 정치가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자유’를 강조한다. 자유를 더 가지거나 없던 자유를 생겨나게 하는 것은, 정치에서는, 탈정치, 정부를 작게 하는 것, 탈규제 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그가 저출산 관련 정부 부처를 만들거나 우주항공청을 설립하는 것은 정부를 크게 하는 것이고 바로 그 이유로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대통령은 말은 시대정신을 외치면서 행동은 시대정신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인간의 행위에서는 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행동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는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정치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는 물론 시대정신과 일치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민 1인당 25만원을 일괄 지급할 것을 정부에 건의하고 요청했다. 그는 25만원에 반대하는 사람도 국민의 대략 반 정도일 것이라는 점도 무시한다. 최근에 그는 지원금을 국민의 일부라도 주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철저히 시대정신에 역행하고 있다. 물론 그가 시대정신에 일치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한동훈 국민의 힘 전 비대위원장은 총선 유세에서 국회의원 수를 50명 정도 줄이고 국회의원 세비를 국민 1인당 평균소득 정도의 수준으로 감축을 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그가 총선 실패의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 직을 그만두었기 때문에 현재로서 그 제안은 제안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 제안은 시대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다. 필자는 한동훈을 제외하고 근래에 주요 정치인이 그런 제안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다만 그가 정치 신인으로서 향후 어떤 행보를 하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는 달라져야 한다.
국민 다수가 요구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라면 어떤 정치가가 그런 시대정신을 외면하거나, 잘못 이해하거나,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행동을 한다면 보통 사람들의 삶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지금의 시대정신이 무엇인가를 잘 알아내는 일이야말로 정치인이 해야 할 일임은 너무도 분명하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다수의 정치인들이 시대정신을 외면하거나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행위를 한 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정치인들이 시대정신을 시행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버려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시대정신을 실행하는 일에 보통 사람들이 나서야 할 때이다.
썸네일 출처 :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4758.html

